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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어야……. 널 진짜 어떻게 해야 하냐? 혼란하다, 혼란해!’ 다짜고짜 ‘전 부장’이란 호칭으로 불린 전우치는 어이가 없어, 하마터면 폭소를 터뜨릴 뻔했다.
‘에효, 그래도 어쩌겠어? 까라면, 까야지!’ 하나 연기 신공에 재미가 들린 전우치는 은근 즐기고 있었는지, 근엄한 표정으로 말했다.
“네, 대주님! 제가 이 자의 머리통을 으깨어버리겠습니다!” 그러자.
“후! 아닐세…. 아무래도 대가리에 마구니가 잔뜩 낀, 이 우매한 중생의 선도는 본인이 직접 해야 할 듯하이….” 소어는 전우치에게 질세라, 상황에 몰두하며 억장이 무너지는 노인의 모습을 연기했다.
‘……이것들 뭐야? 정신 나간 놈들인가?!’ 소어에게 접근했던 백련교 사내는 일순, 황당하여 침묵한 채, 이맛살만 찌푸렸다.
아무리 봐도, 소어와 전우치는 미친 자들 같았다.
그러나, 그가 소어를 ‘경배’하게 되는 데까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덥석-

난데없이 뻗어져 나온 소어의 우수가 사내의 로투스바카라 멱살을 틀어쥐었고, 파파팡!
그를 옭아맨 소어의 신형이 전광석화처럼 도약하여 하늘을 날았으니까.
‘원시천존이시여……. 오늘도 저의 죄를 사하여 주시옵소서…! 후….’ 그 모습을 보며, 전우치는 속으로 장탄식을 터뜨렸다.
앞으로 한 식경 후.
눈앞에 얼마나 끔찍하고 처량한 모습이 펼쳐질 것인지, 예상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에라! 나는 모른다!!’ 전우치 역시, 표홀한 보법으로, 소어와 그에게 붙들린 인질(?)을 뒤따랐다.


“네… 네놈들! 정체가 무엇이냐?” 소어가 백련교도를 끌고 간, 곳은 인적이 드문, 산골짜기 송림(松林).
왜 소어가 사내를 산속으로 끌고 온 것인지 전우치는 묻지 않았다.

그 이유를 충분히 알 것 같았으니까.
‘그래… 사람 잡는데는 산이 최고지.’ 예상대로였다.
이윽고, 소어의 고문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오픈홀덤 자행되었다.
“말하지 않았느냐? 노부는 백련교의 감숙교당에서 포교를 위해, 석 달 전 출타하였다고 말이다.” “거… 거짓말하지 마라! 교내의 인물이라면 어찌 나를 이리 대한단 말이냐! 정체를 밝혀라, 네 이노오옴!” 백련교 사내는 바보가 아니었다.
처음에는 소어에게 속아 넘어갈 뻔했으나, 미심쩍은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닌 데다, 자신의 멱살을 틀어쥐고 산중 깊숙한 곳까지 끌고 온 정체불명의 노인을 어찌 믿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그의 이성과 논리가 외려, 패착이 되는 순간이었다.
차라리 속는 척이라도 했으면 좋았을 것을….
“어라? 들켰네?!” 그게 끝이었다.
소어는 어떤 변명도 하지 않고 순순히 사내의 말을 인정해 버린 것이다.
그리고.
“에라!” 콰아아앙!

그대로 발을 뻗어, 사내의 무릎 사이 관절을 타격했다.
“크아아악!” 이루 말할 수 없는 격통.
구타에 있어서는 이젠 신과 동격이라 할 수 있는 소어였다. 세이프게임
사람의 신체 부위 중, 어디를 어떻게 후드려 까야 가장 아픈지 알았기에 내력 하나 싣지 않은 발길질에 불과했지만, 백련교 사내는 마치 무릎을 칼로 찔린 것 같은 고통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세상을 살다 보면 말이야.” 쾅!
소어의 발이 이번에는 쓰러져 나뒹구는 사내의 머리통을 즈려밟는다.
“모르는 게 약일 때가 있거든.” 콰아아앙!
사내의 머리통이 흙더미에 파묻히는 끔찍한 장면에도 불구하고 소어는 재차, 그의 옆구리를 또 한 차례 쾅, 짓밟았다.
“아니면, 모르는 척 연기라도 하지 그랬냐? 이미 내가 백련교 사람이 아니라는 걸 눈치챘으니까.” 콰아아앙!
“큽… 큽하아아악!” 사내가 얼굴에 묻은 흙먼지를 털어내며 옆구리를 부둥켜 잡은 채, 떼구르르 바닥을 구른다.

“일단 좀 맞읍시다, 사이비 교단 아저씨?” 그렇게 말하는 소어의 얼굴에 잔인한 웃음꽃이 피어났다.
전우치는 그 모습을 지켜보며, 고개만 절레절레 흔들 뿐이었다.
‘이미 개 패듯이 패고 있으면서 맞읍시다는 뭐야, 맞읍시다는… 어휴!’ 가끔은.
아주 가끔은, 아무리 못된 놈이라도 소어에게 당하는 꼴을 보면 측은지심이 든다.


“흑… 흑…” 울었다.
사내로서도, 머리가 굳고 어른이 된 이후, 처음 흘리는 눈물이었으리라….
‘쯧쯧, 저런….’ 다 큰 사내가 눈물, 콧물 범벅이 되어 통곡하는 모습은 여간 보기 꺼림칙한 것이 아니었다.
더욱이 그 사내의 신분이 ‘백련교’라는, 인신 공양을 저지르며 백성을 혹세무민하는 사이비 종교의 지역 교당 사자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괴이쩍을 수준이 아닌가.
하나, 전우치는 사내의 심정을 십분 이해했다.
일단 백련교 사내는 머리, 어깨, 무릎, 발까지 안 처맞은 세이프파워볼 곳이 없었다.

더구나, 천하제일의 박투가, 소어의 손으로 한 방, 한 방 이어진 구타였으니 얼마나 아팠을까.
아마, 불에 달군 쇳덩이로 몸을 지지는 것보다 더한 통증이 사내를 엄습했을 것이다.
뿐만 아니었다.
소어의 고문이 무서운 점은 바로, 구타보다 그의 ‘입심’에 있다.
-아프냐? 응, 아프라고 때린 거.
-억울하냐? 응, 억울하라고 때린 거.
-뭐? 처, 자식이 있다고? 살려달라고? 그만 때려달라고? 처, 자식이 있는 놈이 남의 눈에 피눈물 나게 해? 더 맞자, 이 개 놈의 새끼야.

-아! 너는 그러니까, 시키는 대로 하는 놈일 뿐이었구나. 파워볼사이트 아! 진작 말을 하지 그랬어? 좋아! 그럼 넌 시키는 대로 하는 놈이니까 때리는 대로, 맞는 것도 잘하겠네? 그럼 내가 때려줄게. 헤헷?
그야말로 사람 속을 발칵 뒤집어 놓으면서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하는 소어의 인성(?) 앞에 전우치는 혀를 내둘렀고, 사내는 참고 참았던 눈물을 왈칵 쏟아내기에 이른 것이다.
“어이! 뚝! 뚝 안 그쳐?!” “네… 넵!!” 폭력의 효과는 대단했다.
대충 죽지 않을 정도로, 하나 평생 팔다리를 제대로 쓸 수 없을 정도로 두들겨 놓은 뒤, 머리카락을 몽땅 뽑아버리자, 사내는 자존심이고 뭐고, 냅다 집어던졌는지, 삽시간에 말 잘 듣는 똥개가 되었다.
“자! 지금서부터 당신이 알고 있는 백련교의 모든 정보를 하나도 빠짐없이 낱낱이 고한다. 조직 체계부터 중원 각지의 분타 위치, 구성원, 특징, 족보, 계보까지! 만약 거짓말이 조금이라도 섞여 있을 땐, 지금까지 했던 ‘구타 인간 개조’의 과정을 다시 한번 되풀이하게 될 거야.” “대… 대인! 제가 진실만을 이야기하는지 거짓을 섞는지는… 누가 판단합니까! 저는 기필코, 거짓말을 하지 않을 테지만… 대인이 거짓말이라고 하시면… 저는…” 차마, 사내는 속에 있는 말을 모두 할 수 없었다.
학습 효과로 미루어 봤을 때, 눈앞의 악마는 무조건 거짓말이라고 떼를 쓰며 자신을 두들겨 팰 게 자명했기 때문.
“아! 방법이 있지.” “네?”

“아까도 말했잖아. 노부는 관심법을 쓴다고.” 한마디로 지 꼴리는 대로 판단하겠다는 이야기다.
‘이런 시발!’ 사내는 속으로 쌍욕을 내뱉으며, 자신이 알고 있는 백련교의 모든 정보를 터놓기 시작했다.


‘와……. 이거 생각보다, 소득이 큰데?’ ‘일이 수월하겠어.’ 소어와 전우치는 쾌재를 불렀다.
사내의 입에서 튀어나온, 정보들이 생각보다 훨씬 고급에 속하는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자신을 사천교당의 사자라 밝힌 사내는, 사천교당 내에서 꽤 높은 서열을 가진 자였고, 사천교당 정보 외에도, 감숙교당과 교주, 혈마가 칩거 중인 서장, 포달랍궁에 대해 어느 정도 아는 듯했다.
“그러니까…. 사천교당은 특별할 게 없는 자그마한 분타일 뿐이고, 민간인을 수급하고 전달하는 수송 역할만 한다? 이 말이지?” “그… 그렇습니다, 대인.” “게다가 보안을 위해 교도 전원이 동물 가면을 쓰고 있고?” “네. 저는 교내에서 늑대 가면을 쓰고 있습죠. 저보다 서열이 높은 당주와 부 당주가 호랑이 가면을 쓰고 활동합니다.” ‘좋아…. 바로 잠입해도 되겠어.’ 생각했던 것보다, 일이 일사천리로 풀린다.
소어의 입꼬리가 활짝 올라가는 순간이었다.
“아!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거.” “네?”
“니들 교당에 말이다.” “네…” “돈 있냐?” “……?!” “……!” 일순, 사내와 전우치가 자신의 두 귀를 의심했다.
백련교 사내는 질문의 의중을 파악하지 못했기에 고갤 갸우뚱거렸지만, 소어를 잘 아는 전우치의 경우에는, ‘이 와중에도 돈이라니… 저거 진짜 돈 귀신이 씐 건가? 퇴마라도 해줘야 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 어쩌면, 소어에게 돈 귀신이 씐 건 아닐까 하는 우스운 생각마저 하게 되었다.
그러다 이내, “왜 대답이 없어, 이 새끼야. 돈 있냐고 묻잖아!” “아… 아… 그…러니까… 돈이 있긴 있습죠… 감숙교당에서 포교 활동과 인신 공양을 위한 금전 지원을 받고 있는 실정이라…” “얼마나 있는데?” “자세한 재무 상황은 당주와 부 당주만이 알고 있습니다만, 대략 은자 500만 냥 이상은 보유하고 있는 줄로…” “에라!” 꽈아아아앙!
“크아아아악!” 한 방의 꿀밤.
이어진 단말의 비명.

백련교 사내의 입에서 은자 500만 냥이라는 믿을 수 없는 금액이 튀어나오기 무섭게 소어는 그의 민두에 전매특허가 된, 산봉우리 꿀밤을 시전해 주었다.
“완전 쓰레기 같은 놈들일세. 참나! 어떻게 이런 나쁜 놈들은 하나 같이 돈이 많은 거야?” 부아가 머리끝까지 치미는 소어였다.
한 태감 때부터 느낀 거지만, 세상은 정직하고 바르게 사는 사람보다, 못된 짓 골라 하며 사는 인간쓰레기들이 더 많은 부를 축적하는 것 같았으니까.
물론.
‘어차피 지 주머니로 들어갈 돈인데, 뭐 저리 화를 낼까?’ 소어가 사천교당의 돈을 모조리 꿀꺽할 것이란 걸, 누구보다 잘 아는 전우치는 의문을 느꼈지만 말이다.
“끄으윽…….” 그러거나 말거나, 대머리가 된 사내는 정수리에 불쑥 솟아난 혹을 매만지며, 또 한 번 바닥을 굴렀다.
황궁 무학으로 전신이 강철같이 단련된 동창의 대원들도 맞고 눈물, 콧물 짜내야 했던 소어의 산봉우리 꿀밤이다.

사내의 고통 섞인 몸부림은 결코, 엄살이 아니었다.
하지만.
“야야! 일어나. 엄살 부리지 말고.” 소어는 인정사정 봐주지 않았다.
“이… 개ㅅ…!” 사내는 오장육부가 뒤틀릴 정도의 분노를 느꼈다.
하라는 대로 했고, 불라는 대로 다 불었건만 매번 묻지마 폭행이니 미칠 노릇 아닌가.
저도 모르게 욕이 절로 튀어나왔다.
“너 방금 나한테 뭐라고 했냐?” “으… 윽… 아닙니다… 아파서 헛소리가 튀어나왔습니다요…” “그렇지? 내가 잘못 들은 거지?” “당연…” “에라!” 꽈아아아아앙!
이번에는 꿀밤이 아니었다.
소어는 각법을 사용해, 사내의 목울대를 있는 힘껏 걷어찼다.
“큭…” 사내는 비명조차 지를 수 없었다.

비명은 무슨.
숨도 안 쉬어지는 상황인데.
“억울하지? 화나지? 괜찮아. 니들은 그래도 돼. 맞아도 되고, 부러져도 되고, 찢어져도 되고, 뒤져도 돼. 그러니까 억울해하지 마라.” 동시에.
파파파파파파팍!
소어의 무자비한, 막무가내 폭행이 다시금 이어졌다.
퍼퍼퍼퍼퍼퍼퍽!
애초에 소어는 사내를 살려둘 생각이 없었다.
한 마디로 소어를 만난 순간, 사내의 운명은 죽음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캬! 우치 형. 어때? 이 정도면 완벽하죠?” 소어가 백련교 사내의 외형으로 완벽한 역용술을 펼쳤다.
그러자, 노인의 모습에서 감쪽같이 백련교 사내의 얼굴과 골격, 음성까지 흡수한 꼴이 되었다.
“완전 똑같은데? 이건, 가족도 못 알아보겠다, 야.” “좋았어. 그럼 슬슬 시작합시다, 형님.” 그렇게 말하는 소어가 행낭에서 무언가를 끄집어냈다.
그러고는, 머리통만 빼꼼히 내민 채, 온몸이 땅속으로 묻혀 버린 백련교 사내를 향해 말했다.
“널 죽여 마땅하지만, 네가 제공한 정보가 하도 유용해서 목숨을 살려주는 거다. 대신. 살아남느냐 마느냐는 오직, 네 운명에 달린 문제야.” 동시에.

슥슥-
준비한 것은 바로 벌꿀.
소어는 사내의 대머리에 벌꿀을 골고루, 펴 바르기 시작했다.
“야! 이거 그래도 좋은 꿀이다? 이 산에 벌레도 많고, 곰도 많으니 동물들도 좋~~~아 할 거야? 행운을 빈다, 이 쓰레기 같은 놈아. 낄낄낄!” 그러고는 전우치와 몸을 획, 돌려 하산하기 시작했는데….
“이… 이 개새끼들아!! 차라리 날 죽이고 가라! 죽이고 가란 말이다!” 백련교 사내의 외침이 메아리가 되어 산기슭 어귀 어귀에 울려 퍼졌다.
물론.
츠츠츠츠츠츠!
불과 촌각도 되지 않아, 맛있는(?) 꿀 냄새를 맡은 산중의 벌레들이 그의 대머리 위에서 축하연을 펼치기 시작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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